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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씁쓸하던 분당 맛보기(찌질이 트라우마...)


인은 어쩌다보니 나름 인정받아 매월 300이라는 거금을 월급이라고 타고 산다.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니라(70년대 생이 아니다), 다른사람에게 말하거나 할 때는 그런 점이 참 조심스럽다.
(회사에서도 이 나이에 이렇게 월급타가는 사람은 나 혼자다. 내 생각이지만 당신들 주위에서도 보기 힘들거다.)

그렇지만 사실 속마음은 이 정도로 인정을 받고 산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때도 있고, 고급인력이라는 나름의 자부심과, 약간의 우월함을 항상 달고 살았다.

근데 본인이 요새 생활하면서 느낀점은, 모두가 너무나 어렵다는 거였다.
본인도 제법 많은 월급을 받고있지만 매달 집에 드리는 돈 하며, 저금, 차비에 생활비를 다 합치고 나면 내 취미(or 유흥)을 위한 돈은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술 안마시고 군것질 안해, 매달 20만원 정도는 책사고 DVD사고 영화를 보며 핸드드립을 마시는데 쓴다. 작은 사치라 여기며.

이 정도면 주위 사람들에 비하면 난 좀(많이) 나은 편이라고 봐야 할 거다.


달전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하다가 한녀석이 새로 나올 소니 이어폰 소식을 들었다며 이뻐보인다고 갖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별로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는데, 문득 그제 생각이 났고, 하나 그냥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14만원정도 하는 이어폰이지만 별 거리낌 없이 결재를 해버렸다.(물론 무이자 6개월이었다.)
난 친구들이 좋다.

근데 그러고 나니 몇일 전부터 단선돼서 징징거렸던 내 EC700ti모델이 아쉬워서 이참에 나도 하나 살까 하고 소니 매장을 찾았었다.
말 그대로 그냥 의미 없는 지름신이 발동해서 지를 거리를 몸소 찾아 헤맨거다.

용인에서 근무하며 안양에 살기 때문에 그냥 가는길에 분당에 소니 매장이 있다길래 찾아갔다.
퇴근후 가본 서현역은 지금까지의 서현역과는 급이 틀렸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깊이 삼성 플라자 안을 돌아다닌적이 없어서 몰랐던 거였다.

루이비통, 프라다, 어쩌구 저쩌구...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탓도 있지만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명품들이 사방에 입점 해 있었다.
이런 곳은 잘 와본 일도 없고 와볼 일도 없다.
난 백화점이 아니라 지하상가만 가도 그 많은 사람과 야릇한 냄새가 싫어 그냥 나오고는 한다.

처음에는 그냥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둘러봐 가며 소니 매장이 있는 5층으로 향했는데, 한층한층 점점 통과하면 통과할 수록 뭔지모를 압박감이 날 휘감았다.
뭘까...왜 내가 지금 여기서 불편함을 느끼는 거지...

한참(이라고 생각되는 찰나)을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못올데를 온거 같아..."

생각보다 매우 비싼 요금표를 달고 걸려있는 패션들을 거기 와 있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낌 없이 사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 역시 같은 브랜드의 제품으로 보였다.

여기 이 사람들은 옷에 이렇게 돈을 쓸 여유가 있구나...

내 사촌중에는 패션에 관심이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다.
물론 버는 돈도 적고, 생활도 어렵기 때문에 항상 옷을 사려 할 때면 동대문이나, 이태원 등지를 다니곤 한다.
물론 패션코드가 틀린점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 저기 걸려있는 옷들을 살 만한 능력이 없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근데 거기 서 있는 그들은 아무 거리낌도, 부담도 없는 편안하고 여상스러운 얼굴로 그곳에서 옷을 사고 있었다.

그들의 그 편안한 모습은 웬지 모르게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쉽게도 위층의 소니 매장은 이어폰이나 MP3는 취급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냥 카메라나 한번 휘 둘러본 다음 다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층 한층 내려올 때 마다, 더 불편함은 커지고, 나중에는 내가 입고 있던 유행도 훨씬 지난 잠바와 그들의 코트가 비교되며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옷이 불편해지고, 마음이 불편해지고, 차츰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도망치듯 나온 삼성플라자의 출구에 붙어있던 어느 명품업체의 "곧 여러분의 곁에 입점하겠습니다" 라는 문구가 머리속을 계속 떠다녔다.

그들이 그 여유있는 모습이 부러웠고, 그들이 가진 욕심이 원망스러웠다.

물론 그들을 원망할 이유는 전혀 없다.
탐욕과 불법으로 배를 채웠는지, 실력과 운으로 그러한 경제력을 획득했는지 어떻게 내가 판단할 수 있는건가?

그저 뉴스에서 떠드는 종부세니 집값이니...그런 뉴스서 표현하는 '가진자'들의 모습이 바로 내가 본 모습이었기에.

매달 내가 쓰지도 않은 어딘가의 빚과, 돈 빌려달라는 친지, 친구들의 모습, 그렇게 모아도 집한칸 마련할 돈과는 거리가 먼 내 통장이 자꾸 내 머리를 강타하며, 그들을 원망하게 만들었다.


리 큰아버지는 여윳돈 같은건 없다. 하지만 돈이 생기면 항상 생활고에 여행하기 힘든 가족들과, 친지들을 모아 여행도 가고, 거하게 쏘곤 하신다.

"돈에 목숨걸고 막 모아봐야, 결국 허무해.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웃는 이런게 진짜 사는 보람 아니겠냐."

항상 이 가르침대로 살려고 했고,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매달 남는거 없게 가족들에게 쓰곤 해 왔다.
가족들이 웃으면 나도 진정 기뻤으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내 생활을 풍요롭게 해왔었다.

그런데, 서현역을 나오던 그 순간, 내 머리속에는 그러한 모습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 곳을 지나다니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들이 원망스러웠고, 또 부러웠다.
그냥 마냥...부러웠다. 그리고 움츠러들었다.


에 가겠다는 생각도 없이 돌아다니다 나도 모르게 교보문고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조차...

내 사는 곳이 안양 어딘가이다. 걸어서 10분이면 안양 교보문고엘 들어갈 수 있다.
난 그곳에서 얼마전에 월-E DVD를 샀다. DVD밖에 팔지를 않는다, 안양은.
HD화질의 트레일러를 접한 이후 얼마전부터 눈독들여온 블루레이 디스크는 단 하나의 타이틀도 없다.

근데 이곳 분당의 교보문고는 블루레이 타이틀이 핫트랙스 미디어 섹션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사고싶었던 월-E 블루레이 디스크도 HOT섹션에 떡하니 걸려있었다.

더 웃긴건 안양의 교보문고는 3만원이 넘어가는 이어폰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는데, 여기는 무려 슈어 청음매장이었다.
경기도에 단 하나있는 슈어 청음매장이 바로 여기였다.

다음달의 카드값을 걱정하며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본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지나간다고, 지금 내가 5시리즈를 살 수 있을까. 3시리즈는 참 괜찮았는데 라며 다이얼을 누른다.
...아쉽다. 살 수가 없었다. 무리를 해서 샀다가는 다음달에 펑크다.
이거라도 하나 시크한 듯 지르는 모습을 거기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무시하지 말라고, 비웃음을 지어주고 싶었다.
아무도 그리 생각치 않고, 아무도 나를 신경쓰고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국 맨손으로 그곳을 벗어난 본인은 이유 모를 트라우마에 한동안 돌아갈 버스정류장을 못찾았었다.
삼십분가량을 오늘따라 더 무거운 노트북가방을 메고 돌아다니가 결국 버스를 찾아 탔다.

그리고 한시간 가량을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오늘따라 늦은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따끈한 부대찌개를 해 주셨다.

다 먹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잘 안온다...




사족. 찌질해 보일지 모른다만, 저건 어제 겪은 실화다. -_-;, 어제 잠안와 적어놨던걸 이제야 올려본다.

by Adieus | 2008/11/26 14:47 | 사회에 바란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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